비일본산 해외 노벨 게임 소개&평가 21 <Sable's Grimiore> 비일본산 해외 비주얼 노벨 소개

1. 게임 정보

- 제목 ) Sable's Grimoire

- 발매일 ) 2018. 5.19. (스팀 출시 기준)

- 제작자 ) Zetsubou(https://zetsubou.games/)

- 배급자 ) 상동

- 장르 ) 비주얼 노벨, 미연시

- 대상 연령 ) 스팀 기준 상으로 전연령(게임 상에서는 국부 노출은 없으나 나체 씬 등은 있으므로 주의!)

- 보이스 여부 ) 없음

- 유/무료 ) 유료(스팀 기준 정가 15,500원)

- 언어 ) 영어

- 기타 ) 스팀 상점(https://store.steampowered.com/app/717850/)

※ 이 글에서 사용되는 이미지 중 따로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이미지의 저작권은 상기 제작사에 있습니다

2. 간단 요약 및 선정 이유

몬무스(몬스터 걸)을 주제로 다룬 비주얼 노벨로, 주인공이 인외종족과 인간의 공존을 이념으로 하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흔히 이런 소재를 사용하면 등장하는 기믹(수명의 차이, 종족차에 따른 사고 방식의 괴리,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 등)은 이 작품에서도 차용하고 있는데, 이런 주제들을 과거 인종 간의 갈등이 심했던 영미권의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지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라 생각했고 이에 소개할 작품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3. 캐릭터적 측면에서의 평가

주요 캐릭터(주인공 및 루트가 있는 히로인들)는 7명이며, 거기에 교사라든가 친구 등의 역할을 맡은 조연들이 추가되는 캐릭터 구성을 하고 있다. 몬무스 계 작품인 만큼 주연 중에서는 주인공만이 인간이며, 조연 중에서도 인간인 캐릭터는 한두명 정도고 나머지는 다 이종족이다. 그럼 개별 설명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마력은 약하지만 응용력이 뛰어나다는 설정인데 그 응용력이라는 게 거의 천재 수준이다>

먼저 주인공인 세이블(Sable)은 이런 류의 작품이 흔히 그렇듯 주연 중 유일한 인간이며, 거기에 "이종족 애호가", 정확히는 "이종족 탐구자" 성향을 보인다. 다만 완전히 평범한 인간은 아니라 어느정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비록 종족의 한계(작중 설정 상 일부의 인간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고 마력량도 이종족에 비하면 별볼일 없다고 한다)가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는 상위권에 드는 수준이다. 거기에 응용력이 뛰어나서 스스로 주문을 개발하는 수준이라 연구자로서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 등 꽤나 능력있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주인공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적으로 "연애에 무관심"이라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다른 여타 미연시의 주인공처럼 말만 그런게 아니라 실제로 루트들 중 사귀는 루트로 끝나는 게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해피 엔딩만 세었을 때 말이다! 아무래도 전연령이어서 아예 설정을 그렇게 잡은 걸로 보이는데 덕분에 상당히 인상깊은 주인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위 이미지만 보면 악당 같지만 그냥 단순히 힘자랑(?)하는 것 뿐이다>

그럼 히로인을 소개할 차례인데, 가장 먼저 소개할 히로인은 위에 타이틀 이미지를 차지한 반인반용 히로인 드라칸(Drakan)이다. 판타지에 흔히 등장하는 용의 이미지대로 육체적인 능력이나 마법 실력 어느 한 쪽도 뒤떨어지는 일이 없는 캐릭터지만, 반대로 그 용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가 없는 걸 아쉬워하다가 그런 편견 없이(엄밀히 말하면 주인공도 그녀보다는 그녀의 종족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한 것이긴 하다) 다가온 주인공과 친해지게 되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본인 루트에서는 용족 특유의 부정적 특성이 중심 소재가 되는데, 그건 바로 한 번 본인 소유라 인식한 대상에는 강렬한 집착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작게는 쇼핑하러 갔을 때 본인이 사고 싶었던 걸 사지 못하자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시내에서 용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부터,크게는 배드 엔딩에서 주인공이 사고로 죽자 그 보복으로 도시를 태워버리기까지 한다. 후반부 그녀의 어머니가 주인공에 내린 시련을 실패했을 때 보는 엔딩을 고려하면, 과연 그녀가 진실로 주인공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단지 본인의 소유물을 아끼는 개념에 가까운 지도 애매한다. 심지어 성공했을 때도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지금은 인간의 피가 어느정도 억제하고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수명이 다하는 시점에서는 용으로서 느끼는 집착만 남을 거다'고 말하며, 해피 엔딩도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하자'는 식이라서 찝찝한 감정이 남는다.


<우측의 소녀가 리샤, 좌측은 그녀의 아버지이자 교장인 아인(Ein)>

두 번째는 엘프인 리샤(Lisha), 흔히 엘프하면 도도하거나 순진하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여기선 전자이다. 즉 휼룡한 츤데레의 표본이라는 말, 일단 스펙으로 보자면 드라칸과 같이 상위권에 속하며, 드라칸의 경우 혈통의 힘이 주 원인으로으로 묘사되는 지라 실질적인 천재 캐릭터(정확히는 재수없는 천재)는 이쪽이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주인공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도 주인공의 실력이 인간치고는 수준 급이었기 때문이고, 주인공과 친해지는 과정도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상호 가르쳐주기로 약속한 것에서 시작된다.

그녀 루트는 세계관, 정확히는 작중 배경인 이종족 교류 학교의 설립 배경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그녀의 아버지(교장)이 과거 인간과 교류하면서 장차 다가올 시대는 인간이 주도할 것을 깨닫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상호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의 희생과 갈등이 주제가 된다. 이런 주제가 나오면 항상 등장하는 과격파와 싸우는 전투 이벤트가 있는 등 이종족 자체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다른 루트와는 약간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다.

<이 둘은 작중에서 주로 개그 콤비를 이룬다. 특히 린 쪽이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세번째 히로인과 네번째 히로인은 만드라고라인 에스(Eth)와 로쿠로쿠비(목이 늘어나는 여자)인 린(Rin)인데, 얘들이 세트로 묶인 이유는 선택지 하나로 갈리기 때문이다. 성적이 밑바닥에서 노는 히로인으로 서로 죽이 잘 맞는 친한 친구다. 하는 행실만 보면 히로인이라고 보기 보다는 악우에 가까운 타입이다. 친해지는 이유도 그냥 교실 옆좌석에 있어서 친해졌다는 식이니 말이다. 그나마 특이한 건 작중에서 린이 훨씬 적극적으로 주인공에 관심 있는 걸로 보였으나, 결말만 보면 에스 쪽이 그나마 로맨스의 희망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린의 경우 아무래도 지나치게 인간과 닮아서 그런 지 몰라도 유일하게 연애 쪽으로는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이다.

루트 상의 특징을 굳이 꼽자면 가장 가벼운 이야기라는 것, 그냥 일상적인 학교 생활에 약간의 조미료(에스가 만드라고라가 겪는 곤란 같은 이종족 상의 특징)에 곁들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후반부에는 린이 대놓고 주인공에 호감을 드러내는 데도 주인공은 계속 철벽을 치고 있는데, 오죽하면 이쪽 루트는 '주인공이 (정말로) 연애는 관심이 없어요'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사실 연애 비슷한 관계로 이어지는 것 자체가 이전에 소개한 히로인 두 명 + 아래 소개할 히로인 한 명으로 3명 정도밖에 안 되긴 하지만, 다른 루트는 다른 문제가 더 부각되는 만큼 철벽남 기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루트가 이쪽 루트다.

<위 이미지만 보면 치유계 히로인일 것도 같은데 그 쪽과는 영 거리가 멀다>

다섯번째 히로인은 틱스(Tix), 나비 날개를 달고 있는 픽시라고 한다. 나름 독설가 히로인이긴 한데, 종족상의 특징이 워낙 독특해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특징은 바로 이 종족은 전원이 여성이라서 타종족(주로 인간)과의 사이에서만 후손을 번식할 수 있으며, 그 방식도 주로 원나잇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그녀가 이 학원에서 온 이유 중 하나에도 '좋은 남성을 만나 아이를 가진다'가 포함되어 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거기게 초반부 학원 측의 실수로 그녀가 주인공의 룸메이트(작중 기숙사는 2인 1실이다)로 배정되기까지 하니, 만약 이 작품이 성인향 작품이였다면 지나치게 편의주의적 전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이렇다 보니 그녀의 루트 상 특징도 이런 독특한 종족 특성에 맞추어 져 있는데, 일단 그녀 본인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에 부정적이다. 주인공이 그런 사실을 알게 되자 마자 나온 말이 '나 쉬운 여자 아니야' 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른 방식(새로운 마법의 발명)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고 그를 위해 주인공의 도움을 받는 다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중간에 집안의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종족의 본능이 깨어나 주인공을 덮치려다가 가까스로 주인공이 진정시키는 등 소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마치 에로게에서나 볼 법한 설정이지만, 그로 인해 그녀가 받는 스트레스가 조명되고 그에 맞서는 주인공과 히로인의 노력이 부각되어 이종족물 특유의 분위기를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루트이기도 하다(드라칸 루트에서도 이런 점이 들어나지만 용의 탐욕성은 판타지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설정인 만큼 이쪽 루트의 임펙트가 더 강하다).

<거미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불우한 인생을 보낸 히로인으로 작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분위기의 루트를 담당한다>

마지막 히로인은 조로우(Jorou), 아마 이름을 따왔을 조로구모(인간 거미)에 속하는 히로인이다.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히로인 중 유일하게 선배의 위치에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거미에 가까운 이미지에 맞게 다른 히로인과 달리 상당히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으며, 그 만큼 루트 자체도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다만 마냥 불쌍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후반부의 반전이 드러났을 때는 한 방 먹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루트 상의 특징은 위의 리샤처럼 공존에 관한 건데, 리샤의 경우는 거시적 측면(과격파 vs 온건파)에서 접근하는 반면 그녀의 이야기는 한 개인이 어떤 식으로 공존에 접근하는 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자주 방문하는 도서관의 사서의 위치에 있었지만, 차츰 주인공이 유일하게 면식이 있는 선배로서 조언을 구하고 의지하게 되면서 친해지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끝에서는 엔딩이 3개로 갈라지며, 각 루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으나 히로인 본인이 원하는 '공존'과 사회가 원하는(정확히는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공존'의 이미지는 상당히 차이가 있으며, 어느 쪽이든 플레이어들에게 깊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 깊었다.

<조연인 만큼 단독 CG는 없다. 종족 외에도 여성진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바지를 입는다는 게 특이하긴 하다>

그 외에 조연 중에 언급할 만한 인물을 꼽아보자면 헬(Hel)과 남(Narm)이 있다. 헬은 종족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작업을 거는 미연시에 흔히 등장할 법한 악우 포지션을 맡고 있는데, 주로 개그 장면을 담당한다. 종족은 달걀귀신이며 설정 상으로는 고유의 마법으로 누구나 유혹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작중 등장하는 히로인들이 여러 면모로 비범한지라 통하지 않거나 통하더라도 역으로 농락당하는 신세이다(그래도 언급에 의하면 다른 학생들 사이에는 높은 인기라고 한다) 남의 경우 주인공과 같이 순수 인간이면서도 이종족을 싫어하는 라이벌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정작 등장 횟수가 별로 안 되어 좀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크게 인간과 다를 게 없어 거부감이 없는 종족(엘프, 로쿠로쿠비)과 인간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거나 거리감이 큰 종족(조로구모, 만드라고라)를 균형있게 히로인으로 배정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후자에 속하는 만드라고라인 에스 루트가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어진 측면이 없지 않나 싶은 건 좀 아쉽다(어떻게 보면 인상이 크게 다른 이종족과도 별 차이 없이 지낼 수 있다는 메세지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조연들의 활용이 많이 부족했던 것 또한 단점이라 꼽을 만 하다(조연 중에 부각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히로인의 부모 정도이다). 정리하면 캐릭터 구성 면에서는 중하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주연 구성은 중급 정도인 반면 조연 구성이 하급이다)

4. 스토리적 측면에서의 평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몬무스물로서의 분위기는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루트의 갈등은 크던 작던 이종족이라서 갖는 특징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인간과 비슷한 특징을 지녔기에 이를 잘 살릴 수 없어 다른 노선(개그물이나 배틀물 등)으로 나간 루트도 존재하나(예를 들자면 목이 늘어나는 것 외에는 인간과 별 차이가 없는 로쿠로쿠비 같은), 이들도 본편에서 다룬 주제들에서 벗어나 잠깐 숨을 돌린다는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양상(적대감 표출, 극단적인 저자세 등)은 다양하나 하나같이 인간에 의한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받는 몬무스들을 묘사한 장면이다>

특히 몬무스물의 주요 소재인 본성의 절제, 공존에 대한 입장 등의 관점에 대해서는 루트를 최소 2개씩 배정하여 각각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드라켄 루트에서는 본성을 궁극적으로 이겨낼 수 없다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틱스 루트에서는 주변의 조력이나 의지 여하에 따라 다른 방면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개를 보이고 있어서 서로 대조적인 관점을 균형있게 서술하고 있다. 공존 측면에서도 과거의 불행을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긍정적인 관점을 보인 리샤 루트와 공존을 위해서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는 조로우 루트를 통해 양극단을 모두 보여준다. 이는 서양에선 과거 직접 인종 차별 논란을 겪었기에 이를 의식하여 긍정적인 측면만 묘사하지 않을까 하는 필자의 우려를 불식시켰고, 오히려 직접 홍역을 치뤘기에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고 중립적으로 서술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에스와 린 루트가 본작의 개그를 맡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루트들도 존재하나, 그런 루트들도 완급조절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이종족(타자)와도 부담없이 지낼 수도 있다는 메세지 전달도 한다고 볼 수 있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쪽을 담당하는 두 루트가 각각 가장 인간과 이질적인 만드라고라와 가장 인간과 비슷한 로쿠로쿠비 루트라는 것 또한 나름 의미 있는 메세지였다. 다만 두 루트가 대부분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마지막에 선택지 하나로 분기한다는 게 아쉽긴 한데, 주제에서 약간 벗어나 기분전환 용으로 기획한 루트라고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고 본다.

<본작에서는 많은 루트가 연애 관계가 아닌 친구와 연인 사이의 무언가로 끝난다>

몬무스물적 요소를 빼고 보더라도, 앞서 언급했듯이 주인공이 '연애에 부정적'이라는 것은 나름 참신한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연령인 영향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대부분의 비주얼 노벨이 미연시적 요소를 포함하는 걸 감안하면(특히 캐릭터 구성이 남주 + 히로인들 구성일 때) 상당히 독특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여성 공포증'이니 '실물보다 2D가 좋아' 같은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는 남주들도 있긴 하나 그들도 대부분 엔딩까지 가면 그걸 극복(?)하고 연애를 하는데, 이 작품의 경우 상당수의 루트가 그냥 좋은 친구 정도(정확히 말하면 히로인은 연인이 되고 싶은 것 같은데 남주는 아직까지 관심 없는 상태)로 끝나고 정말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 히로인은 2명 정도 밖에 안 된다. 이는 미연시로서는 단점이라고 볼 수 있으나, 비주얼 노벨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설정 뿐인 '여자공포증'이나 '2D가 여자보다 낫다' 같은 것들보다는 확실히 더 설정을 살린 것 같아 높게 평가한다.

한편, 개별 루트의 완성도적 측면에서 보자면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작중에서 해명되지 않은 떡밥이 루트 별로 산재한다는 것인데, 얘를 들어 드라켄 루트의 "계약 의식(Bonding Ritual)"이라든가, 리샤 루트의 " 모종의 이유로 남편을 적대시하는 어머니" 등의 요소들이다. 작가에 따르면 의도적으로 후속작이나 추가 요소를 위해 남겨둔 떡밥이라고 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나 어쨌든 현 시점에서 완성도를 저해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부정기적으로나마 루트가 추가되고 있으므로(실제로 틱스 루트 같은 경우 발매 후 한참이 지나서 추가되었다) 그만큼 작가가 작품에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측면으로 해석하면 긍정적일수도 있겠다.

또한 지나치게 히로인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는 것도 아쉽다. 물론 몬무스물인 만큼 인외의 존재인 히로인들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건 당연하겠지만, 적어도 한두 루트 정도는 주인공 개인이 중심이 되는 갈등이나 성장 과정을 다루면 어땠을 까 싶다. 앞서 로쿠로쿠비인 린 루트의 경우 인간과 거의 흡사하여 개그 노선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숨을 돌린다는 차원에서 나빴던 건 아니지만 이런 루트에서 주인공을 좀 더 다뤄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정리하면 몬무스물로서는 무난한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쪽 분야에 대한 서양의 관점을 본다는 차원에서 괜찮은 스토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를 빼고 보더라도 '연애에 관심없는' 주인공을 잘 그려냈다는 측면 또한 눈여겨볼만 하다. 다만 히로인에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상대적으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가 잘 다뤄지지 않은 건 아쉬웠다고 할 수 있겠다. 태생적으로 몬무스를 내세운 작품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겠지만 말이다. 종합적으로 평가해본다면 중상급 정도라 볼 수 있겠다.

5. 게임성 측면에서의 평가

전체적으로 기본적인 기능(CG 갤러리와 음악 감상)은 갖추고 있으며, 거기에다가 루트별 플로 차트를 지원하고 배드 엔딩 시에도 힌트를 제공하는 등 필자가 한 영미권 비노벨 중에서는 이 쪽에 꽤 신경을 쓴 편이다. 특히 렌파이 엔진으로 만든 비노벨치고는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개별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각 캐릭터 별로 적게는 하나, 많게는 3개까지의 엔딩이 존재한다.>

ADV 화면, 캐릭터 이름과 대사 옆에 캐릭터 사진을 넣어 현재 누가 말하고 있는지 좀 더 알기 쉽게 해주는 배려가 눈에 띈다. 그 외에도 글자 크기가 커서 플레이 중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 또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의외로 영미권 비노벨 중에는 폰트의 종류와 크기 선택이 부적절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루트 차트가 별도로 제공되어 현재 클리어하지 않는 루트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있다. 다만 선택지를 직접 보여주는 게 아니라서 어느 선택지를 골라야 다른 루트에 진입할 수 있는 지 헤매는 경우가 있다는 건 아쉽다.

<저기에 성인 콘텐츠 온오프 옵션도 있긴 한데 암호가 걸린 것도 아니라 별로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다음은 옵션 화면인데,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앞서 언급한 배드 엔딩 시 힌트 제공 여부라든가, 재시작 시 자동으로 직전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는 옵션 등 편의를 위한 설정 또한 마련되어 있다. 필자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있어서 나쁘진 않을 것이다.

<CG의 양 자체가 많은 건 아니지만 개별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다>

CG 갤러리, 총 49 종류의 CG가 있는데 가격대를 감안하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림체가 모에 풍의 그림체가 아니라서 차별화가 된다는 건 긍정적이다. 참고로 개요에서도 언급했지만 전연령임에도 나신(국부 노출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목욕 타울 없이 샤워씬이 나오는 수준)이 그대로 나온다는 건 주의해야 한다.

<곡 리스트 전체를 자동으로 순번 순 혹은 랜덤으로 재생하는 기능이 없는 게 아쉽다>

그 다음으로 언급할 건 사운드 갤러리로, 33개의 BGM을 사용하고 있다. 보컬이 없는 건 아쉽지만 가격대를 감안하면 적당한 개수의 곡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사운드 갤러리 자체 기능만 보면 별 볼일 없다(그냥 한 곡 한 곡 수동으로만 들을 수 있다)

정리하면 아주 특출난 옵션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존의 필자가 플레이한 영미권 노벨과 비교한다면 평균은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다만 CG 부문에선 앞서 언급했듯 (우리 나라 정서에서 봤을 때) 전연령은 아니기에 한국의 플레이어 입장에선 속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 점만 제외한다면 군데군데 세심한 배려도 그렇고 영미권 비주얼 노벨 중 중상급(좀 엄밀하게 말하면 중급과 중상급 사이) 은 된다고 본다

6. 종합

서양에서 나온 몬무스 장르의 비주얼 노벨이라는 점에 어느 정도 개성은 확보했다고 할 수 있고, 핵심 주제(인간과 이종족 간의 공존)도 여러 관점에서의 시각을 보여준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종족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인간 측이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한 고찰은 상대적으로 깊이가 얕았다는 건 흠이긴 하나, 그걸 감안해도 꽤나 수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장르를 감안하지 않고 비주얼 노벨 자체로 본다고 해도 세심한 디자인 상의 배려들(플로우 차트 같은 눈에 띄는 것부터 폰트 크기 같은 사소한 것까지) 또한 특기할 만 하다. 의외로 영미권 비주얼 노벨 중에는 이 부분에 소홀히 하고 있는 비주얼 노벨들이 많은데(특히 폰트 선정) 이 작품은 꽤나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였다. 이런 면모들을 모두 고려하면 종합적으로 중상급 정도의 점수는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