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본산 해외 노벨 게임 소개&평가 20 <Our End of the World> 비일본산 해외 비주얼 노벨 소개

1. 게임 정보   

- 제목 ) Our End of the World(원제 : 我和她的世界末日)

 - 발매일 ) 2017.11.02. (스팀 출시 기준, 영문 출시일은 2018.11.22.)

- 제작사 
橘子班, 大好网

- 배급사 NVLMaker(
https://www.nvlsoft.com/)  

 - 장르 ) 비주얼 노벨, 퍼즐, 시뮬레이션

- 대상 연령 ) 전연령   

- 보이스 여부 ) 중국어    

- /무료 ) 유료(스팀 기준 정가 10,500)    

 - 언어 ) 영어 및 중국어

- 기타 ) 스팀 상점(https://store.steampowered.com/app/703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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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판단하기에 스포일러가 강하다 싶은 부분은 블록 처리했습니다.

2. 간단 요약 및 선정 이유

주인공과 히로인이 세계적인 대재앙 후 고립된 상황에서 구조를 기다리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게임이다. 다만 흔히 생존물 하면 떠올리는 요소(식량 관리라든가, 약탈자의 등장 등)는 간략하게 묘사되거나 존재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극한 상황에 놓인 두 명의 관계 변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는 게 특징이다.

이 게임은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가오카오 러브 100 데이즈>의 제작진이 만든 게임이었고, 스팀 리뷰도 상당히 긍정적이었기에 예전부터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이번 스팀 가을 세일에 영문 번역이 나왔기에 플레이하게 되었다. 그 결과 괜찮은 게임이라 생각했고, 여려 면에서 스팀에 등록된 비주얼 노벨 속에서도 특이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여 소개하기로 하였다.

3. 캐릭터적 측면에서의 평가

주요 캐릭터는 딱 2명, 주인공과 히로인뿐이다. 그 외에는 엔딩 때마다 해설 및 힌트 제공의 역할을 하는 의사 한 명이 나오는 정도다. 다만 이 주인공과 히로인이 전연령 게임 치고는 독특했는데, 아래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중요한 스포일러 부분은 블록 처리를 한다.

먼저 주인공인데, 좀 머리가 이상한 녀석이다. 애초에 곧 세계가 멸망할 테니까 히로인을 구하기 위해 납치했다고 하는데 그 근거가 문자 메시지였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가 아님을 알 수 있는데,  도망갈까 봐 발에 쇠사슬까지 채워 놓는다. 다행히(?) 세계가 멸망했기에 망정인지 안 그랬으면 그냥 범죄자일 것이다. 그 외에도 히로인을 위한다며 여러 거짓말을 하는데(대표적으로 구조가 온다는 언급이 없었는데 희망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며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다) 결국 들통나서 싸우는 게 반복된다. 심지어 루트에 따라서는 강제로 덮치기(전연령이라서 구체적인 묘사는 없으며 그냥 전후 장면만 보여주는 식이다)까지 한다. 

<백 번 양보해서 납치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발에 쇠사슬을 채운다는 행위가 주인공이 정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식량 등을 히로인에게 양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본인이 죽더라도 히로인만은 살려야 한다는 순애보(?) 적인 마음가짐을 보이기도 하는 걸 보면 전형적인 스토커 기질을 가진 캐릭터다. 보통 이런 유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성인 지향 작품들에나 보이는 건데, 일단 전체 연령 작품에서 주인공을 이렇게 설정했다는 것 자체는 나름 신선한 시도라고 본다. 그래도 작품 내적으로 나름 정당화할 필요를 느꼈는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히로인은 오래전에 죽었을 것이고 그것만은 견딜 수 없다' 식의 주인공의 내면 묘사가 자주 나오는 편인데, 말은 맞다고 생각하지만(필자는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찜찜함은 지울 수 없었다. 즉, 이런 캐릭터를 내세운 작가의 선택 자체는 나름 참신했다고 생각하지만 캐릭터 자체는 불호라는 말이다.

진 엔딩에서는 주인공이 히로인에게 가진 비정상적인 집착이 사실은 그녀를 재앙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한 한에서 온다는 게 밝혀진다. 제작자의 의도는 아마 '무의식 속의 트라우마 때문에 주인공은 강경 수단을 쓰더라도 히로인을 구하려 했습니다'로 나름 주인공에게도 변명의 여지를 줄려는 것 같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억지로 정당화시키려는 것 같아 별로였다. 그냥 선택지에 따라 주인공의 성격이 달라지는 거라도 해도 무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히로인은 상대적으로 주인공에 비해 정상적인 편이다. 그 때문에 비정상적인 주인공과는 당연히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대체적으로 그녀의 행동은 나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예를 들자면 초반에 영문도 모르고 끌려왔을 때 주인공이 어떤 말을 해도 부모만 찾는다든가, 중반부에 주인공이 곧 구조가 온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이라고 밝혀졌을 때 탈주를 시도한다든가 등이 있는데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한편으로는 상당히 주인공에 의존적이며 발암 캐릭터적인 측면도 있다.  물자나 탈출 경로의 탐색 등 위험한 일들은 항상 주인공이 도맡아 하며, 그녀는 철저하게 대피소에서 대기하는 역할만 한다. 그러면서도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목욕을 하고 싶다고 징징대고, 위에서 언급한 탈주 건의 경우는 결과적으로 죽거나  부상을 입어 주인공에게 추가적인 수고를 걸치게 한다. 물론 후자는 애초에 주인공이 신뢰를 먼저 깎아 먹어서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 걸 감안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주인공이 강제로 덮치는 루트에서까지 결과적으로 자신을 살린 주인공을 미워하기만 할 수 없다고 하는 걸 보면 본성은 상냥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으며, 단지 예상치 못한 재앙의 도래와 그의 구원자가 사실은 스토커 같은 녀석이었다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이게 된, 한 마디로 작품을 잘못 만난 캐릭터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 플레이어 입장에서 히로인이 징징대는 걸 보는 건 불편하긴 하다>

결말에서 실제로 주인공은 히로인을 대피시키지 못했다고 밝혀진 만큼, 히로인이 작중에서 한 개인사나 행동들은 전부 주인공의 판타지가 반영된 상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강제로 덮쳐지는 루트에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비록 중간에 탈출 시도가 있었다고 하나)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오는 게 이상하니 말이다. 비록 진 엔딩의 전개 자체는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나마 히로인의 작중 언행을 정당화한다는 차원에선 설득력이 있었다고 본다.

정리하면 마치 납치나 감금 등을 소재로 한 성인 지향 작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 구성을 따와 추가적인 설정을 덧붙여 전체 연령에 적합하게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캐릭터 구도 자체가 전연령에서는 흔히 볼 수 없기에 신선한 느낌이 들었으며, 그의 묘사도 한계를 감안하면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인공 자체는 상당히 비호감이었지만, 장르 특성을 감안해보면 이를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진 않으며 오히려 플러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종합하면 캐릭터 면에서는 독창성(캐릭터 자체가 독창적이라는 게 아니라 전연령 작품에서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측면에서 독창적이다는 이야기이다)을 감안하여 상급이라 평가한다.

4. 스토리적 측면에서의 평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게임의 스토리는 고립된 상황에 놓인 주인공과 히로인 사이의 관계 변화가 중심이 되는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한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히로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테면 초반부에 히로인이 부모님께 보내 달라고 아우성칠 때 '외부는 위험하니 여기 있어야 한다'라는 사실을 설득시키기 위한 주인공의 접근 방식을 플레이어가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히로인의 대응이 달라지는 식이다. 

우선 칭찬하고 싶은 점을 꼽자면 위에서 언급한 전연령 작품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스토리 전개를 들 수 있겠다. 실제로 스팀에 올라온 작품은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거나, <두근두근 문예부> 같은 어두운 작품이라도 주인공은 선역(혹은 피해자) 축에 속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잘 쳐줘 봐야 필요악 수준에 해당하는 녀석이라 스토리 전개 자체도 폭력을 휘두르거나, 아예 히로인을 덮친다는 선택지도 있는 등(물론 전연령이니까 장면 묘사는 전후를 설명하는 정도다) 기존의 비주얼 노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해 볼 수 있어서 색다른 기분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전연령 비주얼 노벨, 그것도 중국 비주얼 노벨에서 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 외의 장점을 들어보자면 단순히 잘해주는 게 좋은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있다. 기본적으로 스토리 진행 상황에 따라 호감도와는 별개로 히로인과 주인공의 관계가 요동을 칠 때가 있는데, 소위 '다운' 상태일 때 빨리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유화책으로만 접근하면 히로인이 느슨한 감시를 이용해 도망가 버리는 결말을 맞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지금 히로인의 심리가 어떨지 짐작하여 적절한 선택지를 고를 걸 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데, 뻔한 선택지만 쫓아가면 되는 통상적인 비주얼 노벨들에 비해 이 부분은 높이 살 점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그런 환경 조성을 위해 플레이어가 주인공의 행동에 가진 통제권을 희생했으며,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긍정적인 선택지만 골랐는데도 히로인이 '다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뭔가 계기가 있어야 하며, 이런 계기는 내부(주인공이나 히로인)에서 올 수도, 외부(바깥 환경)에서 올 수도 있다. 여기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갈등은 주로 내부에서 기인하는데, 이를 위해서 무리수를 둔 측면이 없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를테면 중간에 히로인이 절망할 까 두려워서 거짓 구조 신호를 꾸며내어 히로인을 속였다가 들통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이 정도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은 선택지로 주어져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루트에서도 주인공이 거짓말을 하는 건 변하지 않으며 그에 따라 충돌이 발생하는데, 이는 뭔가 억지로 갈등을 만들어 낸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즉 주인공이 계속 긍정적으로만 대하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으니 갈등을 강제라도 만들어 내는 건데, 스토리의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선 어쩔 수 없을지 모르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선 정작 중요한 장면에서 선택지를 뺏긴 것 같은 느낌이라서 어리둥절하게 된다. 갈등을 만들어내어 이야기에 굴곡을 준다는 취지는 공감하나, 차라리 히로인의 부모님이 살아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지만 가는 길이 위험하여 주인공이 반대하게 된다는 식으로 외부적 요인을 끌어오는 게 어땠을까 싶다.

<어느 루트도 가도 구조 신호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건 바꿀 수 없기에 히로인은 항상 도주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최소 부상을 입게 된다>

한편, 중반부에는 탐색 요소가 도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재앙의 원인에 관한 떡밥이 나오게 된다. 문제는 탐색 루트에 따라 그 원인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인데, 일례로 어느 루트에선 외계인 침공이, 다른 루트에서는 세계적인 전쟁이 대재앙을 일으키게 되었다는 식으로 완전히 다르게 묘사된다. 이렇게 서로 대치되어 보이는 정보가 주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이거 뭔가 떡밥이 있겠지?'하고 생각하게 되어 플레이할 때마다 다른 경로를 탐색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만 보면 다 회차 플레이의 지루함을 없앤다는 측면에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진 엔딩까지 가서 밝혀지는 진상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이럴 거면 왜 매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허탈한 느낌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자세히 하도록 하겠다.

진 엔딩 부분에서 나오는 진상은 이 게임 전체가 그 당시 히로인을 구하지 못했던 주인공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시뮬레이션 형태의 실험이었다는 건데, 이를 통해 많은 부분이 설명되어 대부분의 떡밥은 해소된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난폭한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병적으로 히로인이 집착하는 건 실제로는 주인공이 히로인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한번 강제로 덮쳐진 뒤에도 두 번째로 덮칠 때도 가만히 있어주는 등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관용적인 히로인 같은 요소는 짝사랑에서 오는 콩깍지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 외에 루트마다 달라지는 대재앙의 원인은 게임 속에서 실제로 대재앙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가설을 집합했기 때문이며, 셸터에 접근하면서 겪었던 순간이동 현상 역시 아직 시뮬레이션이 끝날 예정이 아니었기에 되돌아가게 된 거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결말은 소위 '꿈 결말'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발버둥이었다는 식으로 들리니 말이다. 물론 유명한 <매트릭스>처럼 그러한 가상 현실 구조 자체도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는 작품도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그냥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서 떡밥을 억지로 만들어 오래 붙잡아 놓은 느낌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프린세스 메이커>의 끝에 이건 사실 아버지의 망상이었다고 덧붙인들 작품에 더 깊은 의미가 부여된다고 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된다. 다시 말해 그냥 다양한 루트 분기가 있는 게임으로 놔두면 될 걸 굳이 가상 현실이라는 사족을 끌어들여 그 시스템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해서 오히려 스토리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리하면 스토리 자체가 통상적인 전연령 작품에서 찾아보긴 힘든 소재를 다룬 만큼 나름 독특한 풍미를 가지고 있으며, 단순히 착해 빠진 선택지가 아니라 상황을 보고 적절한 선택지를 골라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통상적인 전연령 비주얼 노벨에 비해서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준다. 다만 그를 위해 이해할 수 없는 장면에서 선택이 강제되었다는 점은 좀 아쉬웠으며, 또한 결과적으로 봤을 때 분량 늘이기 이상의 의미가 없는 내용을 끼워 놓아서 기대치를 높여 놓고는 결말이 영 시원치 않은 것은 감점 요소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자면 스토리 수준은 중급이라고 본다.

5. 게임성 측면에서의 평가

이 부분은 하이브리드 요소에 해당하는 시뮬레이션 & 퍼즐 파트를 먼저 따로 평가한 뒤, 비주얼 노벨 자체의 게임성에 해당하는 요소(UI, CG, 사운드 등)을 다루도록 하겠다. 

<시뮬레이션 모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커맨드들인데 각각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추측할 수밖에 없다>

먼저 시뮬레이션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냥 구색만 갖춘 수준, 아니 선택지의 모양만 시뮬레이션 형태로 바꿔 놓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비주얼 노벨에 시뮬레이션 장르가 결합되면 스텟 매니지먼트가 되는데 이 게임 같은 경우에는 스텟 매니지먼트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스텟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냥 비슷한 선택지(탐색, 대화, 식사, 휴식 등) 이 날짜에 따라 반복되는 구조니까 모양만 시뮬레이션을 따온 걸로 보인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퍼즐 중 하나, 알고 보면 단순하지만 처음에는 무슨 규칙인지 한참 헤매었다>

퍼즐 측면에서 보자면, 루트 별로 3가지 퍼즐이 제공되어 총 9가지의 퍼즐이 준비되어 있다. 스샷 등을 봤을 때는 플레이어에 따라 세부적인 해답(일례로 모스 신호를 가지고 숫자를 입력하는 퍼즐이 있는데 플레이어에 따라 신호가 달라진다)은 다른 것 같으므로 단순히 답만 인터넷 검색으로 찾는 건 의미가 없다. 퍼즐의 난이도는 루트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본격적인 퍼즐 게임에는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인다.  그냥 이야기를 읽어가기만 하면서 필연적으로 찾아올 플레이어의 지루함을 달래는 정도로 보면 된다.  그래도 퍼즐 자체를 좋아하지 않거나 잘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당황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도 있으며, 실제로 필자도 한두 문제 정도는 공략을 참고하기도 하였다. 즉, 퍼즐 게임이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비주얼 노벨 장르에 딸려 오는 미니 게임 정도로는 괜찮은 레벨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리하면 위에서 언급한 시뮬레이션, 퍼즐 등 요소의 도입 수준은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 장르라고 부를 수 있는 레벨은 아니고 분위기를 돋우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즉 굳이 채택하지 않아도 게임 진행에 있어 큰 무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장을 주지도 않는, 일종의 미니 게임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래도 퍼즐 같은 경우는 이쪽에 생소한 사람에겐 적당한 흥밋거리를 제공하기에 약간이나마 플러스 요소라고 볼 수 있겠다.

<위 화면에서 메뉴 버튼을 클릭하면 아래에 메뉴바가 뜨는 구조이다>

그럼 이제 비주얼 노벨 자체의 편의성을 살펴보자. 먼저 살펴볼 건 ADV 파트인데, 이 부분은 아직 좀 부족한데, 이 리뷰를 작성하는 시점에서 백로그라든가 스킵 기능 등이 작동하는 데 살짝 불편함이 있다. 아무래도 번역 과정에 발생하는 문장의 길이 차이 때문인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스킵 중에 텍스트 상자 한 개 분량을 넘어가는 텍스트가 나오면 멈추어 서거나,  백로그 등에서 문제가 잘리는 등의 요소가 눈에 띈다. 그 외에는 크게 문제 되는 건 없고 곧 패치될 것 같긴 하나 리뷰하는 시점에선 살짝 마이너스인 건 분명하다.

<게임 내에서 언어 전환이 지원되지 않는 것도 일부 플레이어들에겐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

옵션 화면, 꼭 필요한 옵션만 있는 수준이라 기능 쪽에선 딱히 할 말은 없다. 다만 디자인 자체가 깔끔하다는 건 장점이긴 하다. 배경이 비쳐 보이는 구조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하나 게임 배경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환경 일색이라 글씨가 배경에 가려 안 보이게 되는 불편함은 없다. 
<페이지 1에는 샤워 장면이 있어서 페이지 2로 골랐다. 각 페이지 당 항목 수는 같다>

CG 갤러리, 두 페이지 합쳐서 18개의 항목을 가지고 있는데(물론 실제 CG 개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숫자는 같은 이벤트를 묶어서 센 거니까 말이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그다지 많은 것 같진 않다. 거기다가 상황 상 어쩔 수 없겠지만 히로인의 의상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건 아쉬울 수 있는 부분, 가뜩이나 단일 히로인 체제인데 거기에 쭉 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점은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가장 문제는 사운드 갤러리가 없다는 것, 이 가격대에도 사운드 갤러리를 따로 구비하지 않은 건 확실히 아쉬운 소리를 들을 만하다. 현재 OST를 따로 구하려면 중국 음원 사이트를 뒤져서 구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은 영어 번역까지 나온 시점에서 봤을 때 좀 아쉬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물론 곡 수 자체도 11개로 적은 편이기도 하고 말이다. 

<엔딩 갤러리의 각 항목을 클릭하면 엔딩 직전의 이벤트만 다시 볼 수 있다>

그 외에는 엔딩 모음집과 사이드 스토리가 있는데, 이전작이었던 <가오카오 러브 100 데이즈>보다는 다행히도 엔딩 개수가 확 줄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25개는 여전히 많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엔딩 개수가 많은 게임답게 일부 엔딩은 보는 게 상당히 까다로워(호감도가 최소인 상태로 일정 회수 탐색 명령 수행 등) 공략 가이드를 보지 않으면 회수가 어렵다. 한편, 사이드 스토리는 현재 번역되지 않는 상황이라서 여기에선 평가하지 않도록 하겠다.

한편 번역 수준을 따져보자면, 일단 사이드 스토리를 미번역 상태로 출시했다는 점(향후 패치 예정이라고 한다)은 확실히 비판받을 부분이다.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노려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제작자의 의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 외에는 그럭저럭 의미 전달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는 수준(예를 들면 She thinks 대신 She think로 쓰는 것과 같은 자잘한 문법 오류는 있지만),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번역 과정에서 문장 길이가 달라져서 일부 ADV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불편하다. 전체적으로 여유를 두고 번역에 임했던 제작진의 전작들에 비해 급히 서두른 감이 있다고 본다.

그 외의 언급할 점이라면 풀 보이스를 지원한다는 건데, 사실 필자가 잡는 중국 쪽의 비주얼 노벨은 웬만하면 성우를 지원하는 편인 것 같긴 하다. 그래도 플러스 요소라는 건 변함이 없으며, 일본 쪽이나 영미권에 비해 싼 가격에 보이스를 지원한다는 건 장점이 맞긴 하다. 물론 한국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중국어 보이스인 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전반적으로 게임성 자체는 객관적으로도 그렇고 동일 제작진의 이전 작품을 봐도 그렇고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든다. 플레이에 그렇게 무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편의성 측면에서 미묘하게 후퇴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이쪽 측면에서는 좋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점수를 매기자면 중하급 정도가 되겠다.

6. 종합

전체적으로 전연령 작품에서 흔히 찾아보기 힘든 어두운 테마, 그것도 반은 악역에 해당하는 주인공으로 승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 특히 주 타깃 층이 관련 규제가 심한 중국이라는 걸 감안하면 괜찮은 시도를 한 비주얼 노벨이라고 본다. 다만 그 때문인지 주인공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쓸데없는 사족을 붙였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 의미 없이 낭비된 떡밥 요소 등은 확실히 아쉽다. 그것만 아니면 캐릭터 구성뿐만 아니라 스토리 자체도 테마에 좀 더 어울릴 것이라 본다. 그리고 이전 작품들에 비해 미묘하게 뒤떨어지는 게임 편의성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평타 이상(중상급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며 기존에 스팀에 올라온 비주얼 노벨과는 다른 분위기의 작품, 특히 그냥 착해 빠진 주인공 상을 벗어난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을 보고 싶다면 충분히 잡아 볼 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덧글

  • 나인테일 2018/12/01 10:57 # 답글

    클로버필드 10번지를 보는 것 같군요
  • 다크홀 2018/12/01 13:26 #

    몰랐던 영화인데 스포일러를 찾아보니 확실히 비슷한 것 같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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