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외전 - 국산 비주얼 노벨 <섬광천사 리토나 리리셰> 리뷰 외전


1. 게임 정보

   - 제목 ) 섬광천사 리토나 리리셰(Lightning Angel Litona Liliche)

  - 발매일 ) 2018.12.05(스팀 출시일 기준) 

   - 제작사 ) TALESSHOP(https://cafe.naver.com/taleshop)

   - 배급사 ) 상동

   - 장르 ) 비주얼 노벨, 미연시

   - 대상 연령 ) 전연령

   - 보이스 여부 ) 주인공 제외 풀 보이스(한국어)
 
   - 유/무료 ) 12,500원

   - 언어 ) 한국어/영어  
  
   - 기타 ) 스팀 페이지(https://store.steampowered.com/app/923900/)


※ 이 글에서 사용되는 이미지의 저작권은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상기 제작사에 있습니다.

※ 위 정보는 스팀 기준입니다. 가격만 고려하면 모바일에서 사는 게 훨씬 싸므로(5000원)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 간단 요약 및 선정 이유

사실 테일즈샵의 비주얼 노벨이라 하면, 국내에서 잘 알려진 비주얼 노벨에 속하고, 특히 이 작품은 이미 기존에 모바일로 발매된 작품이기에 굳이 이 시점에서 리뷰를 쓸 필요가 없긴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테일즈샵에서 처음으로 영미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비주얼 노벨(<산타는 교복을 입을 수 밖에 없어>는 무료 공개 작품이고, <여포키우기>는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작품이므로 제외했다)이라 볼 수 있으므로 나름 관심을 갖게 되어 리뷰할 작품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리뷰는 약간 기존 리뷰와는 성질을 달리할 예정인데, 기존의 평가 방식이 캐릭터, 스토리, 게임성 측면으로 나누어졌다면, 이 리뷰에서는 전자의 2개(캐릭터, 스토리)는 과감히 생략하고, 게임성 부분을 나누어 과연 기종의 변화 과정(모바일->PC)에서 기종이 달라짐에 따라 적절한 보완 요소가 있었는가, 또한 한국어판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이 얼마나 원만히 이루어졌는가 등의 항목들로 살펴보려 한다. 캐릭터나 스토리 같은 부분은 이미 이 작품이 모바일로는 이미 나온 지 꽤 지난 작품인 만큼 이미 많은 분들이 리뷰를 하셨을 것이고, 그중에서 충분히 좋은 리뷰를 찾아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애초에 필자가 이 작품을 구매하고 리뷰하기로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던 "테일즈샵 비주얼 노벨의 스팀 이식(PC판 출시) 및 영문 추가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 그에 맞는 리뷰를 하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3. 모바일 -> PC 이식에 대한 평가

전반적으로 봤을 때 모바일에서 PC로 이식하는 과정에서의 특별한 수정 요소는 거의 없었다고 본다. 여기서 수정 요소란 추가 시나리오나 대사 변경 같은 내용적 측면을 말하는 게 아니라, 기종 변경에 따른 차이점을 고려한 디자인 변경 같은 게임 외적 요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변화가 없다는 게 긍정적인 가 부정적인가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부정적인 측면이 좀 더 많았다. 아래에서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저 버튼이 게임 내내 박혀 있어 보기 거슬리는데 PC 판에서 저렇게 큰 버튼을 놔두는 의미를 모르겠다>

가장 먼저 언급할 건 역시 화면 우상단에 고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 버튼이다. 모바일이라면 터치를 이용하기에 메뉴를 부르기 위한 버튼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PC판에 이런 버튼이 굳이 필요할까? 그냥 마우스를 화면 위에 가져다 대면 자동적으로 메뉴가 내려오게 하거나, 아니면 마우스 우클릭을통해서 메뉴를 불러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사실 매뉴얼에 버튼 클릭 외에 메뉴를 띄우는 법이 있지만 이는 아래에서 다루겠다) 하지만 굳이 모바일판을 위한 버튼을 남겨두었기에 이 버튼은 쓸데없이 일러스트를 가리는 역할 밖에 하지 않는다. 물론 PC로 나온 비주얼 노벨 등에도 이 위치에 날짜 등이 박혀 있는 경우가 있으나, 적어도 그 경우는 글자 자체만 표시하는 등 최대한 일러스트를 안 가리고 디자인상으로도 가능한 녹아들게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버튼의 경우 지나치게 투박한 디자인이라서 심미성 측면에서 상당히 거슬리는 편이다. 2회차 플레이에는 여기에 스킵 버튼까지 나와서 한층 더 일러스트를 가리는 데, 이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로 한층 더 공간을 낭비하고 미관상 그다지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일반적인 PC 비주얼 노벨에선 마우스 드래그 기능을 사용하는 건 드물다. 애초에 도움말을 보지 않고는 저 기능이 있는 지 몰랐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조작 방식도 상당히 어색하다. 예를 들어 위에서 메뉴를 부르는 걸 언급했는데, 도움말 항목에 가보면 마우스를 왼쪽으로 드래그하면 메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식으로 쓰여 있다. 그 외에도 아래쪽으로 드래그하면 텍스트를 숨길 수 있다 같은 설명이 있는데, 이런 조작 방식은 모바일이면 몰라도 PC 비주얼 노벨에서는 상당히 어색하다. 대부분의 PC로 나온 비주얼 노벨은 "드래그"라는 방식을 쓰지 않는다. 보통은 단축키가 있거나, 아니면 마우스를 활용해도 좌/우클릭, 혹은 휠 조작 등을 이용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굳이 드래그라는 방식을 채택한 건, 아무래도 무의식적으로 모바일 게임의 조작 방식을 의식했거나 혹은 PC판 비주얼 노벨을 플레이한 적이 없거나, 이 둘 중 하나(아무리 그래도 후자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말이다)라고 본다. 이런 식으로 차별화하는 건 그다지 긍정적인 차별화라고 보긴 힘들고, 오히려 기존 비주얼 노벨에 익숙할 사람들에게는 불편함만 가져올 뿐이다. 애초에 필자만 하더라도 도움말 항목을 몇 번 클리어하고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다시 켜면서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전까지는 '이거 뭐 상자를 숨기는 기능도 없나'하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는데, 물론 매뉴얼이 있으면서 확인 안 한 필자 잘못이 크겠으나, 기존 비주얼 노벨의 조작법을 불필요하게 수정한 제작진에게도 어느 정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자면, 보통 프로그램 종료 단축키가 "ALT + F4"인데 어느 프로그램이 "CTRL + F4"를 특별한 이유 없이 단축키로 대신 쓴다면 아무리 매뉴얼이 있다고 해도 상당수의 사용자가 불편할 거라 본다. 한마디로 쓸데없이 단축키나 조작법을 관례에 벗어나게 할당하는 건 가능한 자제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스팀에 출시된 M-Vizlab의 비주얼 노벨 "루시 -그녀가 바라던 것"에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따로 조작 없이 선택지까지 계속 스킵할 수 있다>

한편, 스킵 기능 같은 경우에도 지금은 Ctrl 키를 눌러 문장 별로 스킵하거나 아예 버튼을 눌러서 한 장면의 마지막으로 이동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 부분도 대부분의 PC 비주얼 노벨과는 동떨어진 요소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대다수 PC로 나온 비주얼 노벨은 자동적으로 외부 입력이 있을 때 문장 스킵을 계속하는 기능(그러니까 계속 Ctrl 키를 누르고 있을 필요가 없이 문장 스킵이 이어지는 기능)이 있는데 이 게임은 그런 기능이 없다(오토 기능이 있긴 하지만 스킵이라 부르긴 너무 느리다). 또한 보통 스킵 기능에는 회차에 관계없이 "읽은 문장만 스킵 / 모든 문장을 스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장면의 마지막으로 가는 기능은 오직 이미 읽은 부분에만 적용된다. 거기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지금 장면의 마지막'으로 가는 버튼이라 반복해서 사용하려면 매번 엔터 등으로 수동으로 장면 전환을 해야 하고, 거기에 아이캐치 등까지 곁들이면 '스킵 하나 하려는 데 뭐가 이리 불편한지?' 하는 불만이 나오기 마련이다. 일반적인 PC 비주얼 노벨 같으면 적당히 스킵 버튼 눌러놓고 다른 창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할 수 있는데, 이 게임은 그렇지 못해서 스킵을 하려 해도 좋든 싫든 계속 화면을 띄워 놓아야 해서 다른 걸 할 수 없다. 즉, 모바일과 PC 환경에서 멀티태스킹 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모바일의 스킵 기능을 그대로 옮긴 결과,  PC에서 플레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뭔가 빠진 듯하고 불편한 스킵 기능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정리하면 이 게임의 모바일->PC로의 이식은 말 그대로 모바일 환경을 별다른 수정 없이 PC로 거의 그대로 옮긴 수준인데, 이 정도라면 그냥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 등을 이용하는 거랑 별반 차이점을 느낄 수 없다. 스토리 면에서 수정이 없는 거야 제작사 쪽에서도 명확히 사전에 밝힌 만큼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UI 등은 적어도 개선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스팀에 출시된 유명한 한국 비주얼 노벨인 <루시 -그녀가 바라는 것->을 들고 와서 비교해보면 내용과는 별개로 편의성 측면에서는 루시 쪽이 훨씬 나으니까 말이다. 

4. 한국어판 -> 영어판 이식에 대한 평가

이 부분은 본 텍스트의 번역 쪽에서도 아쉬운 면이 많이 보이긴 했으나, 무엇보다 번역의 차원이 아닌 배려의 차원에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애초에 필자가 영어권 화자가 아닌 만큼 적당한 수준의 문법적 오류(예를 들어 She is 가 아닌 She are 같이 의미 파악에는 지장이 없는 오류)는 그냥 넘어가는 편이고, 중국 비주얼 노벨 쪽을 가보면 그야말로 구글 번역기를 돌려도 이것보단 낫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개판인 작품도 존재해서('서지혜'라는 이름이 있으면 'Jihyae'와 'Wisdom'으로 음역과 의역이 구분 없이 나온다든가, 아니면 He 대신 She를 써서 A에게 말하는지 B에게 말하는지 헷갈린다든가) 웬만한 수준은 그냥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아예 번역을 안 한 부분(예를 들어 매번 나오는 아이캐치는 영어판에서도 한국어로 '마법소녀 x 히어로'라고 나온다)이나 혹은 번역을 했더라도 폰트 크기 등에 차이가 나는 부분이 눈에 띈다는 게 아쉬웠다. 자세한 건 아래에서 이야기하도록 하자.

<'Her cosplay'에서 'r'을 빼먹어 'He cosplay'가 되어 버렸다>

먼저 기본적인 텍스트의 번역 문제인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내용 전달에 큰 무리는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잘한 실수가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This"로 나와야 할 부분에서 "T"가 빠져 "His"가 되거나(맥락을 보면 충분히 "This"일 거라 짐작할 수는 있다)부터 아코가 리리셰의 애칭을 부를 때도 정작 텍스트는 "Liliche"라고 쓰여있는(대부분은 바르게 표기되어있지만 한두 군데는 저렇게 그냥 이름으로 되어 있다) 등의 가벼운 오류지만, "충분히 작은"이라는 대사를 "Large Enough"이라는 대사로 표기하는 등 실제로 의미 파악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이 게임이 만약 중국 게임이나 일본 게임 등 다른 국가의 게임을 영어로 번역할 때도 어느 정도 나타나는 문제라 생각하면 그냥 번역 과정에서 실수였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다만 완벽하지는 않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굳이 예시를 든 것이다.

<같은 장면이지만 영문판에서는 '숨어있다 돌아간다'는 의미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머무른다'는 뜻의 'Stay'를 사용한다. 뒤에 '만사 해결'이라는 표현은 아예 생략되어 있고 말이다>

한편, 그 외에서 소위 드립, 혹은 밈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 물론 번역 과정에서 완벽히 살릴 수 없겠지만 굳이 이것까지 평범한 대사로 바꿨나 싶은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xx의 라이프는 이미 제로야' 같은 대사는 그냥 'His life Point is already zero' 같은 직역으로 옮겨도 비주얼 노벨까지 손댈 정도 수준의 양덕이라면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걸 그냥 '그는 이제 한계야' 같은 식으로 평범하게 옮겨버리는 건 불필요하게 원문의 재미를 훼손한 느낌이 없지 않나 싶다. 굳이 밈이 아니더라도 번역 과정에서 의미가 축소된 부분도 있는데, 예를 들면 리리셰가 바켄이 기신 대상으로 뭔가 꾸미고 있을 거라고 언급하는 부분에서 한국어판은 '그가 기신님을 경계하는 건 확실하다"라는 언급이 있는 반면 영문판에서는 그냥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만 나온다. 주 내용은 '음모를 꾸민다'이기에 주요한 내용은 전달된 거라 할 수 있지만 한국어판에서의 텍스트가 가진 무게에 비해서는 확실히 무게가 약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이런 부분은 궁극적으로 번역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보기도 하고, 어쨌든 큰 맥락에서 작품의 줄기를 따라가는 대는 큰 문제가 없기에 이쪽도 크게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필자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부분은 본문 텍스트의 번역이 아니라 다른 쪽이다. UI라든가, 혹은 아이캐치같은 직접적인 게임 텍스트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부분이기에 번역에 대한 인상을 주는 데는 오히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들 말이다. 

<타이틀 UI는 한국어판과 영어판이 공유하는데, 화면 크기에 비해 영어 부분 크기가 지나치게 작아 보인다>

먼저 UI를 보면, 이 게임은 한국어판과 영문판이 거의 동일한 UI를 쓰고 있다. 물론 게임을 끌 때 나오는 확인 메시지 같은 부분은 언어에 따라 다르긴 하나, 옵션 화면이나 타이틀 화면 자체는 한국어판과 영어판의 차이가 없다. 물론 화면 자체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어쨌든 각 항목에는 한국어와 영어가 병기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플레이한 대부분의 비주얼 노벨의 경우 비록 영어판으로 번역된 작품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영어로만 된 UI(제목 정도는 예외일 경우도 있다)를 따로 제공하거나, 혹은 병기되어 있더라도 둘이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거나 오히려 본래 언어보다 영어 쪽에 비중이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비록 한국어와 영어가 같이 표기되어 있다고 하나 명백히 한국어의 비중이 높다. 비중이라는 말이 애매하다고 생각하면, 타이틀 화면을 한 번 다시 확인해보길 바란다. 저기서 한국어의 폰트 크기가 명백히 영어보다 크게 되어 있다. 엑스트라 항목은 그나마 영어 쪽의 폰트가 크긴 한데 이번엔 자세한 설명이 죄다 한국어로만 제공된다. 이런 요소들이 사소하다면 사소하게 보일 수 있으나, 어쩌면 게임 텍스트보다도 더 자주 보게 될 화면이 UI인데 이런 부분에서 제대로 번역이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결국 본편의 텍스트도 더 나쁜 시각 - 정확히 말하면 'UI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본문 텍스트도 대충 번역했겠지?'라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 결과 못 보고 지나갈 번역 과정의 미스도 더 눈에 띄게 되어 다시 평가를 깎아내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UI를 영어판에서 그대로 재활용한다는 생각을 한 건 별로 좋은 결정이라 보긴 힘들 것 같다.

<애초에 이 문서 상단의 이미지에서처럼 로고도 번역했던 것 같은데 왜 아이케치는 그대로 한국어판을 사용하는 지 의문이다>

UI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챕터가 끝날 때마다 아이캐치는 거의 매번 나오는 데 그때마다 아이캐치 부분이 번역이 안 되어 있는 건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텍스트 상 번역의 실수야 플레이어가 텍스트에 지속적으로 100% 집중하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놓치고 넘어가는 일이 있지만, 이쪽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고 따라서 번역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외에 엔딩 크레딧 같은 경우에도 한국어 폰트에 비해 영어 폰트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고 지나가기 십상이다(정확히는 단독으로 나올 때는 문제없는데 병기되었을 때 지나치게 영어 폰트의 크기가 작아진다).  검은 스크린에 흰 글자를 띄우는 건데 그냥 엔딩 크레딧을 2개 만들면 안 되었을까? 어차피 도움말 항목에 나오니까 별문제가 없지 않나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바꿔 말하면 그럼 그냥 안 만드는 게 낫다. 하다못해 아이들에게 뭔가 나눠줄 때도 아예 공평하게 줄 게 아니면 주지 않는 게 더 나은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소한 요소들이 영어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정도도 신경 써 주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 게 만들고, 그럼 그냥 자신들을 신경 쓰는 다른 비주얼 노벨을 하고 말지 굳이 이 작품을 잡을 필요가 있나 하고 생각이 들게 만들 것이다.

종합하면 번역 자체, 그러니까 기존에 한국어로 된 스토리를 큰 무리가 없이 영어로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본다. 물론 위에서 여러 오류를 지적하긴 했으나, 영어로 번역되는 비주얼 노벨 대다수가 어차피 번역에서 이런저런 말이 안 나올 수 없기에 그냥 봐줄 만한 수준은 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외 영어권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접근하자면 상당히 아쉬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일단 UI를 공유한다는 것부터가 완벽하게 비중을 조정하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마이너스 요소에 해당하며, 거기에 아이캐치라든가 엔딩 크레딧처럼 그다지 품이 들 것 같지 않는데도 번역하지 않거나 번역을 하더라도 크기가 작아서 알아보게 힘들게 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작품 전체에 대해 영어권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가져다줄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5. 결론

결론을 내자면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개인적으로는 무난한 수준이라 생각한다)와는 별개로 PC판 이식, 나아가 영어권 진출에 대해서는 상당히 미진했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테일즈샵으로서도 본격적으로 비주얼 노벨을 이렇게 스팀이라는 큰 무대에 데뷔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걸 감안해야겠지만, 타국의 비주얼 노벨의 스팀 진출 사례를 참고한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루시 같은 한국 비주얼 노벨의  사례만이라도 제대로 벤치마킹했다면 이보다는 좀 더 나은 이식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마케팅이 지나치게 미진한데(영어권에 작품을 내면서 영어로 된 홍보 채널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사실 이 부분이 위에서 언급한 문제보다 훨씬 크지만 이는 게임 자체의 평가와는 좀 거리가 있기에 이 정도 언급으로 대신하도록 하겠다. 아무쪼록 이번의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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