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주얼 노벨 전문 유통사 SakuraGame에 관한 이야기 기타

영미권 비주얼 노벨 팬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유통사를 물어본다면 SakuraGame이 단연 1번으로 꼽힐 겁니다. 이번에는 왜 이 회사가 영미권 팬들 사이에서 이렇게 악명이 높은 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래라면 제작사 홈페이지의 링크를 소개하는 걸로 시작할텐데, 현재 제작사 홈페이지로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스팀의 제작사 페이지 링크로 대체하겠습니다.

SakuraGame는 2016년 8월 <Super Star>라는 인디 미연시를 출시하는 것으로 활동을 개시하였습니다. 동년 11월에는 <Dragon Knight>라는 액션 게임을 얼리 엑세스 형태로 내놓기도 했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타 사의 게임을 번역/유통하는 유통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17년 대로 보입니다.

<위가 "러브 플러스"의 CG, 아래가 "Super Star"의 CG, 둘이 상당히 흡사하다>​


싹수가 노랗다는 말이 있던건가요, SakuraGame은 자체 개발사였던 시점부터 그렇게 평판이 좋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Super Star>만 봐도, 기본적인 영어 번역의 질이 좋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히로인의 디자인이 한 때 유명했던 미연시 <러브플러스>의 히로인 아네가사키 네네을 표절한 것 같다거나, 러시아산 무료 비주얼 노벨 <Everlasting Summer>의 배경을 도용1)했다거나, 기타 비상업적 이용을 조건으로 한 이미지들의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등 온갖 구설수에 휘말렸었죠.

<번들을 제외하면 작품 대다수의 가격대가 5,000원 대 이하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저 중에 1,0000원 대에 있는 "Fortissimo"만 하더라도 발매 초기에는 2,200원 대였다>

그래서 이러한 논란을 빚은 것에 사과한다며 가격을 31 위안에서 11위안으로 대폭 내리고 그 차이를 환불해준다는 가격 파괴 정책2)을 내세웠고, 이런 저가격 정책(한국 기준 2,200~4,400원) 책정은 향후 동 회사에서 출시되는 거의 모든 작품(일부 예외는 있습니다)에 적용되게 됩니다. 어쨌든 소비자들(특히 중화권의 소비자)에게는 큰 호응을 불러오게 되어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문제들은 묻혀졌죠. 정작 문제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말입니다(위의 <Everlasting Summer> 사례 같은 경우는 추후에 해결되었다고는 하네요)


<그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파격적이었던 환불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2017년부터는 개발사에서 유통사로 행보를 전환하게 되면서 또 하나의 파격적인 정책을 내세웠는데, 바로 자사 유통 게임의 무조건 환불 보장이라는 전략이었습니다. 스팀에서 환불하려면 원래 구입한지 14일 이내, 플레이 시간은 2시간 이하라는 조건이 필요한데, 여기서 더 나아가서 구매 이력을 증명하기만 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불을 해주겠다는 정책이었습니다. 비록 이 정책은 결국 추후에 폐지되긴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초기에 인지도를 확보한다는 측면으로 볼 때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외부에서 볼 때도 비정상적인 가격 정책 뒷면에는 부작용이 없을 수 없죠. 수많은 버그, 콘텐츠의 누락, 그리고 무엇보다 번역기를 돌린 것과 같은 형편없는 번역의 질 등의 문제점이 뒤따랐고, 그 때문에 질을 중시하는 매니아 계층의 원성을 사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번역 관련으로 말이 많은데, 이럴거면 그냥 중국어 출시만 담당하지(중국 회사다 보니 중국어 번역의 질은 괜찮다고 합니다) 왜 영어까지 손대서 작품을 망치는 거냐는 원성이 영미권 비주얼 노벨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죠. 오죽하면 SakuraGame이 담당하는 작품은 무조건 거른다는 이야기도 종종 나옵니다3).

<"New Glass"의 제작자가 SakuraGame 측에서 동의 없이 자신의 게임을 출시한 것에 대한 대응 과정의 영문 번역본으로4), 원본은 현재 삭제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소비자 측면에서 봤을 때 이야기이고, 게임 제작자과의 관계 쪽에서도 간간이 문제가 터져나왔습니다. 가격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미리 작품을 스팀에 올려놓았다가 항의가 들어오자 슬쩍 내려놓는다5)든지, 소아성애를 연상시키는 제목의 작품을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삭제되었다6)(2017년 시점의 일인데 이 때는 공식적으로는 스팀에서 성인용 게임을 팔 수 없었습니다)는 등의 사례들을 예로 들수 있겠네요.

<"트라이컬러 러브스토리"는 필자가 해 본 중국 비주얼 노벨 중에도 탑에 들어가는 작품이다>

그 외에 가격 책정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는데, 아무리 박리다매 전략을 추구한다지만 가격이 너무 낮은 거 아니냐면서 비주얼 노벨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덤핑 전략이 아니냐는 겁니다. 이 논란의 절정은 <트라이컬러 러브스토리>였는데, 50 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과 100장 이상의 CG가 투입된 작품의 가격이 $1.99로 책정되었기에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면서 기사가 나오기까지 했습니다.7) 그 외에 로열티 문제에 대해 논한 일본발 기사도 있긴 했었는데, 이 기사의 경우 스팀스파이의 통계를 이용하고 있기에 부정확하다고 봐서 링크로 대체합니다8)9).


<파격적인 가격이나 정작 리뷰 란에 가보면 추천을 많이 받은 사용자 리뷰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전체 수에서는 긍정적이기 많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여러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SakuraGame 자체는 꾸준히 성장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순수 비주얼 노벨이 아닌 하이브리드 장르 위주 전문의 Paradise Project라는 산하 브랜드를 만들기도 하고, 기존의 동인 게임 위주의 유통을 넘어서 La'cryma의 <Fortissimo FA>, Cabbit의 <翠の海(미도리노 우미)> 등 본격적인 상업 비주얼 노벨의 유통에까지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영미권 커뮤니티의 반응은 위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반쯤 초상집 분위기였죠10).

여러 말도 많고 개인적으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회사입니다만, 어쨌든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유통사 SakuraGame에 대한 간단한 소개였습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고 번역의 질이 형편없다는 등 악평을 듣고 있는 회사이긴 하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결국 제작자 스스로가 그런 악평을 듣는 걸 감수하고 SakuraGame를 통해 작품을 내기로 한 걸 겁니다. SakuraGame의 행보는 분명 좋은 행보는 아닌 게 분명하나, 이 회사와 계약을 맺는 제작자 또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죠.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비주얼 노벨 업계가 고통받고 있나 싶어서 안타까우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그래도 제작자로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땅에 떨어졌는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1) https://steamcommunity.com/app/503300/discussions/0/2741975115063939563/

2) http://www.chuapp.com/?c=Article&a=index&id=283291

3) https://www.reddit.com/r/visualnovels/comments/9a0kag/there_has_to_be_something_done_about_sakuragame/

4) https://twitter.com/verdelishJP/status/923002452697214976

5) https://steamcommunity.com/app/733010/discussions/0/2381701715726673761/

6) https://steamcommunity.com/app/711410/discussions/0/1488861734096929457/

7) https://www.zhihu.com/question/65643765

8) https://maruhoi.com/game/chinese-publisher-sakura-game/

9) https://anond.hatelabo.jp/20171021170450

10) https://forums.fuwanovel.net/topic/20924-sakuragames-announced-midori-no-umi/?tab=comments#comment-502785


덧글

  • 더블유키뽀 2019/01/30 17:30 # 답글

    사쿠라게임 그 사쿠라 스윔클럽 사쿠라던전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임 양산하는 회사 아닌가요 역시 악평일색이네요
  • 다크홀 2019/01/30 19:33 #

    그 쪽은 Winged Cloud라는 회사입니다. 뭐 거기도 도장찍기 등 악평을 듣긴 하지만 말이죠. SakuraGame 출시 게임 중 가장 국내에서 유명한 건 Mirror라는 성인용 퍼즐 게임일 거에요
  • BlueSong 2019/02/02 01:54 # 삭제

    윙드 클라우드의 사쿠라 시리즈도 만만치 않게 바닥 퀄리티긴 합니다. (블랙기업 논란은 차지하고서라도)

    https://steamcommunity.com/id/kimgaemandoo/recommended/935070/
    https://steamcommunity.com/id/kimgaemandoo/recommended/968950/

    한글패치 제작자가 작성한 리뷰인데 좌우 구분을 몇년째 못한다던가, 있지도 않은 명사를 쓴다던가, 인물이나 사물이 구분을 못한다던가 한다네요. 황당하게도 번역기가 아닌 실제 영어권 작가가 쓴 비주얼 노벨입니다.
  • BlueSong 2019/02/02 02:00 # 삭제

    리뷰수나 스팀DB 최대 피크 인원수로 대충이나마 판매량을 가늠할 수 있는데 윙드 클라우드쪽은 요즘 중국어 로컬라이징까지 시도하는데도 예전에 비해선 초라한 동접인원 + 리뷰수네요.

    확실히 그림체 팬심이 아니고서야 시리즈를 이어서 구매할만하다고 느껴지진 않던데 돈 많은 아니메 게임 콜렉터가 아니면 왠만하면 다 비슷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 더블유키뽀 2019/01/30 19:35 # 답글

    아아.. Mirror는 단순 옷벗기기 야겜이면서도 스토리도 나름 괜찮아서 좋았는데 다른게임 유통은 잼병이었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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